블렌딩

블렌딩

생두는 품종에 따라 각각 지니고 있는 맛과 향의 특성이 다르다. 때문에 특정 종류의 생두의 부족한 점을 다른 종류로 보강시켜서 더욱 조화로운 맛과 향을 추구하게 된다. 이 과정을 블렌딩(blending)이라 부른다.

블렌딩할 때 생두는 유통이나 가격에 무리가 없고 품질이 안정된 것을 선택해야 한다. 가격에 치우쳐 저급한 품질의 생두를 사용할 경우에는 양질의 커피를 만들어낼 수 없다. 또 생두의 종류에 따른 블렌딩 비율은 정확한 계량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보통 2~5 종류의 생두를 혼합하는데, 로스팅 후 아무 특징이 없는 커피가 되기 쉬우므로 너무 많은 종류를 섞지 않는 것이 좋다.

로부스타 종은 대개 쓴맛이 강하고 향기는 약하며 카페인 함량은 높다. 그러나 가격적인 이점과 맛의 깊이 및 일관성 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에 블렌딩할 때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여기에 더욱 세련된 맛을 추구하기 위해서 아라비카가 가미된다. 아라비카는 맛이 부드럽고 향이 풍부하기 때문에 조화로운 맛을 내는데 필수불가결하다. 아라비카는 꽃향기에서 초콜릿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단맛과 상큼한 신맛을 내기 위해서는 수세식으로 처리된 아라비카를 섞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맛과 향의 균일성 유지를 위해서는 생두 단계에서의 블렌딩이 권장된다. 일관성 있는 로스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욱 조화로운 맛을 추구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생두의 크기와 무게, 특성 등이 각기 다른 상태에서 균일한 정도의 로스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오랜 노하우가 필요하며, 각기 다른 생두에 대한 품질평가와 맛 테스트, 블렌딩 이후의 맛과 향에 대한 종합적인 안목과 확신이 요구된다. 에스프레소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의 대규모 로스팅 회사들은 대개 이 방법을 쓰고 있다.

각 원두의 특성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 로스팅 후 블렌딩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소규모 로스터들이 주로 쓰는 방법으로, 이럴 경우에는 1차 개별 테스트 외에 블렌딩 후 2차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블렌딩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요구하는 고도의 테크닉이다. 생두의 품질 감별에서부터 원두의 맛 평가는 물론 각각의 맛을 섞었을 때의 결과에 대한 분석과 예상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특히 해마다 기후변화나 작황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생두를 가지고 일관된 맛이 나도록 블렌딩하고 로스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블렌딩 데이터는 각 회사의 노하우이자 극비사항으로 취급된다. 유명 커피회사의 베테랑 블렌더들 중에는 억대 연봉을 받으며 호사를 누리는 고급 기술자도 더러 있다.